소오강호 재밌네요. [일상]


오랜 습관이라 뭔가 재밌는 경험하면 어딘가에 끄적거리긴 해야하는데, 그간 쓰던 페북에 쓰자니 친구 정리를 한 번 해야 맘놓고 끄적일 수 있을 것 같아 결국 여기 왔네요. (...)

김용 무협지는 고등학교 때 고려원판 영웅문 3부작으로 접해서 말그대로 혼을 뺏길 정도로 몰입해서 단숨에 읽어 나가고, 그 후로 천룡팔부 역시 혼을 뺏어가는 도입부에 미친듯이 빠졌던 기억과 단편으로는 인자무적 같은게 기억에 남아 있습니다. 

근데 천룡팔부에 단예 말고 다른 주인공이 있었다는 게 기억이 안나는 걸 보면, 아마 초반에 읽다가 끝을 못 봤던 거 같고..

녹정기도 자꾸 절대쌍교 줄거리만 생각나는거 보면 안본건지 본건지 오락가락한데,

아무튼 영화 소오강호의 노래에 푹 빠져서 흥얼흥얼 거린지도 일년이 지났는데, 문득 이 흥얼거림을 들은 회사분이 "소오강호?"라고 물어보셨는데, 소오강호를 보지도 읽지도 않은 저는 어색한 미소만 지을 수 밖에 없어, 이 얼마나 부끄러운 일인가 싶어 바로 책을 찾아 읽어나가기 시작했습니다. 

다행히 평소에 보는 이북 플랫폼에 딱 실려 있어서 좀 비싸지만 편하게 접할 수 있었네요.


시작부터 초중반까지는 완전히 취향이 아니어서.. 이게 그 김용이 쓴 소설이 맞나? 나중에 소설들을 개작하였다더니, 그래서 소설이 망가진건가? 라는 생각만 들었었지만, 중반부 지나면서부턴 역시 푹 빠져서 새벽 4시 5시까지 읽어서 일주일이 가기 전에 끝까지 읽었습니다. 

내용에 대해 구질구질하게 털어놓을 것도 없고, 그냥 굳이 블로그 열어 적어 놓으려는 문장은 많지도 않습니다.

>영호충 개발암(...), 남녀간의 애절한 정을 잘 이해못하는 혹은 그러기엔 너무 나이를 먹은 지금의 저에겐 중반부터 이 친구의 순정(?)은 피가 거꾸로 솟을만큼 답답하고 짜증나더군요. 아오, 배가 불렀어 정말.

>동방불패(임청하) 생각하고 계속 읽으면서 기대하고 있었는데 말그대로 스스로 불러온 반전에 짖눌려 물음표 100만개 띄웠네요. ㅋㅋㅋㅋㅋㅋㅋ 동방불패 영화도 어릴 때 워낙 이슈가 되고 일밤 같은데서 패러디도 하고 해서 띄염띄염 기억하고 있었던지라, 되려 소설 읽으면서 그 기억의 퍼즐이 맞춰지고 아, 아, 하고 있었는데 결정적인 부분이 완전히 다른 각색이었군요. 
 소설을 읽고 나서 느끼기에 이 긴 소설을 한 편의 영화로 각색하기 위한 설정으로 굉장히 훌륭하다는 느낌이었는데, 사실 영화를 안봐서 공허한 평이긴합니다. (...)

>그래서 김용 소설 중에 지금 느끼기에 가장 재밌었던 게 뭐냐? 라고 하면, 예전에는 말그대로 혼을 뽑아놓는 도입에서 '제목'을 그대로 살려내는 천룡팔부를 주저없이 꼽았습니다만, 지금은 되려 영웅문이 먼저 생각나는군요. 그것도 사조영웅전이.
 반면 소오강호는 초반이 너무 취향에 안맞아, 내용도 장황하게 느껴지고 이야기 흐름에 흥미가 동하지 않아 아무리 중반부터 재밌었어도 평이 내려가는 것 같네요. 
 의천도룡기와 천룡팔부는 그냥 첫장 펼치면 도저히 내려 놓을 수가 없고 숨도 못 쉴 정도였는데.


뭐, 여전히 게임 기획자업은 하고 있고, TRPG도 설겅설겅 쉬지 않고 하고 있고 합니다만, 취향에 맞는 무협지나 판타지 읽는 게 모든 취미 중에 제일 몰입도가 높고 재밌네요. 

굳이 김용 소설이 아니더라도 그냥 근래 연재되는 것들도 취향에 딱 맞아 정신없이 보게 되는 것들이 종종 나오는 것 같습니다.
어찌보면 디지털 컨텐츠를 너무 오래 접하다보니, 되려 근래의 무협/판타지의 라이트한 게임 레벨/스탯 개념에 거부감이 없는 거 같기도 하고.

사실 중학교 때 소드월드 세계관에서 모험자가 1% 비율이라는 제작자 발언이 가루가 되게 까였다는 얘기를 들었지만, 왜 그게 이상한지 아직도 잘 모르겠거든요. 
 요즘은 뭐, 그냥 세계에서 레벨이니 클래스니 스킬이니, 스테이터스 창을 띄워대도 이상해하지 않는 트렌드다보니 그 시대와 이 시대를 쭈욱 이어서 경험하고 있는 제 입장에선 그 자체로 아이러니함에 실소하곤 합니다. 
 지금 모험자 가게 설정에 대해서 극대노하면서 이게 말이 되냐라고 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 때 모험자의 가게 설정을 옹호하던 사람처럼 모두에게 이해받지 못하지 않을까 싶네요. ㅋㅋㅋ




덧글

댓글 입력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