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툴루의 부름 RPG 감상. [리뷰:게임책]



 실제 세션 1번 플레이 후 니코동의 크툴루RPG 설명 동영상을 보면서 가지고 있는 룰북을 스키밍한 결과, 여러모로 느껴지는게 있습니다.


 
 제가 이 게임에 대해 잘못된 편견을 좀 가지고 있었더군요.

 크툴루면 그냥 탐색자는 죽기 위해 만들어서 쓰고 버리는 말로 생각했었는데.. 이거야말로 이 게임을 하면서 절대 가지면 안되는 생각이네요. 


 일단 기본적으로 탐색자도 전투 능력이 강하네요. 즉, 디엔디로 치면 1레벨 모험자급 강함은 충분히 갖출 수 있습니다.

 다만 한 번 손상된 HP를 회복시키는 일이 매우 요원하며, 죽으면 당연히 다시 살릴 수 없습니다.

 그 결과, 진지하게 전투를 밸런싱한다고 치면 딱, 디20 모던 1~3레벨급 캐릭터들이 전투하는 밸런싱이 나옵니다.
 (디20모던에서 '장비'가 차지하는 비중과, 근접전 캐릭터의 '공격력'을 생각해보면 진짜 희한하게 비유가 맞는 느낌입니다.)

 즉 바로 만든 탐색자가 격투가라던가 총을 가진 경관, 군인 같이 전투에 일가견이 있는 캐릭터라면, 크툴루 게임에서도 하급 권속인 구울이나 딥원 같은 건 디엔디에서 좀비 잡듯이 잡습니다. 

 다만 아무리 약한 권속이라도 전투력이 디엔디로 치면 1레벨 파티에 CR1은 되는 강함이기 때문에, 이게 처음에 말한대로 한 번 깍인 HP의 회복이 힘들다는 것과 맞물리면, 현대적인 느낌을 물씬 풍기게 해주네요.

 곧, 방금 만든 탐색자로 HP13 인 격투가가 발차기 한 번에 유탄 발사기급 데미지가 나가고, 총기류는 세미 오토나 오토로 연사가 되다보니 걷어차고 연사하면 구울이고 딥원(특히 얘)이고 곤죽이 됩니다만, 반대로 이쪽도 그러다 맞아서 HP가 5라도 되버리면 이제 이걸 치료하려면 병원에 입원해서 주단위로 찔끔찔끔 회복시켜야하니, 바로 여기서 목숨을 걸고 계속 세션에 참가하느냐 아니면 그대로 병원에 입원하는 걸로 리타이어(..)하느냐를 선택하게 되버리는 거죠. 
 HP3부턴가 기절하고 -되면 10초내로 응급처치 안하면 죽던가하는게 기본룰이니 요런 부분에서 엄격함이 강하게 느껴집니다.


 더군다나 크툴루에서는 세션이 진행되면서 경험치를 모아서 레벨업을 하고 HP가 배수로 막 느는게 아니라 그대로이고, 
 세션을 쌓아가면 갈수록 오히려 써니티, 이성 수치가 점점 깍여나가서 (결론적으로) 더 약해집니다. 

 유일한 긍정적인 보상은 만능 스킬인 크툴루 신화 스킬을 그 대가로 익혀나가는 것과 스킬의 %가 성장하는 것이니, 
  결과적으로 크툴루 RPG에서 '경험치'가 많이 쌓이고 '레벨'이 높을수록 캐릭터는 전투적으로 오히려 퇴보한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대신 세계의 비밀을 더 많이 알게 되고, 그런 오컬트적인 힘으로 관련된 사건을 만능으로 조사하고 간파할 수 있는 '크툴루 신화' 스킬이 상승하는 정도가 눈에 띄는 성장. (이 스킬을 올릴려면 결국 자동으로 이성 수치가 깍여나간다는 점도 재밌는 점이네요)


 -해서 결론적으로 제가 이 게임에서 느낀 점은 이게 그냥 DM이 1레벨 모험자한테 15레벨 엔션트 드래곤 짠 내보내서 드래곤피어(FP) 우왕, 브레스 콸콸콸해서 죽이는 게임이 아니라,
 오히려 굉장히 하드코어한 난이도로 어떻게든 악착같이 살아남으려고 할 때 진정한 재미가 터지는 게임이라는 거네요.

 그 과정에서 오히려 자기 캐릭터 시트에 애착을 가지고, 써니티가 깍여 나가는 것이 페널티가 아니라 이 캐릭터가 연속된 세션을 경험했다는 훈장, 다른 게임의 레벨업으로 생각할때, 더 재밌게 게임이 되고요.

 그런 측면에서 진행자는 참가자에게 답이 없는 폭력을 휘두를 수 있는 기회, 그런 폭력을 정당화해주는 시스템으로서 크틀루를 돌리는 것이 아니라(전 진짜 그냥 이런 건 줄 알았네요), 보기가 네 가지 있으면 하나는 생환, 하나는 즉사라는 느낌의 아슬아슬한 밸런싱으로 게임을 이끄는 것이 좋아 보입니다. 
 특히 진행자가 끊임없이 뭔가 잘되어 갈 수도 있겠다, 아직 희망이 없어지진 않았다,는 느낌을 계속 줘야지 초반부터 무턱대고 어설픈 압제와 폭력을 휘두르거나 암튼 뭔가 오버해버려서-
  -'플레이어'가 생환의 희망을 접는 순간, 이 게임은 망합니다. 



 처음 플레이할때는 아예 처음부터 편견을 가지고 쫄아버리니, 반대로 '어차피 죽을건데 뭘'이라고 생각하게 되더군요.

 그렇게 생각하니, 써니티 체크하는 것도 뭐 어지간하면 다 성공할만한 확률에 실패해서 몇 점 깍인다고 한들 '어차피 이어서 안할 건데 뭐'가 되니 의미도 없고, 그러면 요즘같이 판타지 괴물이 대중화된 세상에 괴물 나온다고 플레이어가 놀랄 일도 없죠. 

 그래서 크툴루 게임에 대해 원래 가지고 있던 편견이 기본적으로 d100 시스템을 싫어하는 취향과 겹쳐서 더 악화되기도 했습니다만('d100굴리고 룰 난삽한 dnd네.''그냥 아캄호러나 광기의저택하는게 더 나을듯'), 
 크툴루 게임 설명을 찬찬히 듣고 룰북도 보고 하다보니, 그런 판단이 너무도 어설픈 부끄러운 것이었음을 깨달았습니다.

 정말 진지하게 중편쯤으로 구성해서 돌렸을 때, 최고의 시너지가 나올만한 게임이 아닌가 지금은 그렇게 평가하네요.


뱀발. 물론 그 전에 확실히 영상에서 말하는 것처럼, 총기 오토파이어 규칙등 전투 관련 몇몇 규칙들은 쓸거라면 반드시 손을 봐야겠고, 이 게임을 하려면 전투 규칙을 손봐서 적극적으로 쓰는게 더 재밌을 거라는 평입니다.


뱀발2. d20 크툴루는, 그게 좋은 점은 규칙이 직관적이고 많이 보던거라 편리하다는 건데 그게 이 장르 게임을 할 때 오히려 신비감을 없애서 분위기를 낮출 것 같아서 별로인 것 같습니다.  

 


덧글

  • 바이라바 2013/02/14 18:23 # 답글

    1920년대에 상대하면 무서울 적을 2000년대로 확장하려고 하니까 (윳쿠리 크툴루 본) 사람들이 무언가 이상한 오해를 하는 것 같습니다. 2000년대라면 너희가 자동화기를 들면 컬티스트도 자동화기들고 시위할거라는 건 생각이 안 닿나 봅니다.
  • 샤이엔 2013/02/14 18:42 #

    모임과 게임의 목적부터 생각해보면 굳이 그렇게 오해한 사람들을 거칠게 디스할 필요는 없습니다. (오히려 키퍼입장에선 환영할만한 오해)
    게다가 애초에 게임 규칙 자체가 엉성하고, 문제가 되는건 자동화기가 아니라 격투기 킥 데미지에 (아마도) 양키들이 생각하는 동양의 신비 무예 개념이 담겨 있는 거니까요.
  • 펠군 2013/02/15 12:57 # 삭제 답글

    크툴후를 좀 해보면서 느낀건데, 사실 크툴후에서 절대로 하면 안 돼는 것 중 하나가 PC를 죽이는 일'입니다. 정말로요. 그리고 크툴후에서 '죽은 캐릭터는 뒷말의 찝찝함도 없고 오싹함도 못 느끼죠' 서서히 미쳐가고 발광하는 것도 살아야하는 것으로 죽으면 정말 거기서 끝나는 것이니 오히려 '죽는게 행복이야'라는 분위기와 그런 상황에서 서서히 무너지는 캐릭터를 즐기면 정말 멋진 플레이가 나옵니다 ㅎㅎ 실재로 크툴후 소설들 보면 죽는 이야기는 그렇게 많지 않으니까요.
  • 샤이엔 2013/02/15 17:45 #

    공감이 많이 갑니다. 시작전에 주변 사람들이 크툴루 TRPG 얘기만하면 하도 엄살(..)을 떨어대서, 이거 어차피 죽는다고 편견 가져버리니 게임이 이렇게 재미 없을 수가 없더라고요. 패배주의랑 보신주의가 시작부터 만연하다보니 키퍼가 아무것도 할 수도 없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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