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젤기어2nd 플레이 감상 및 정리 [리뷰:게임책]


엔젤기어?
b. 인간실격님의 소개글: http://dazai.egloos.com/2903003


0. 게임 외적으로 엄청난 악재가 있었음. 플레이어 5인 중, 마스터분의 지인인 2분이 한 분은 2시간 지각 예고 한 분은 2시간 동안 아예 연락이 안됨.
 ->이 후, 겨우 연락이 된 한 지인분은 희대의 드립으로 마스터분과 그걸 옆에서 전해들은 본인의 멘탈을 안드로메다로 보냈었는데, 중간에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건지, 정신차려보니 원래 예정시간보다 3시간 30분이 흐른 후에 결론적으로는 5명이 다 모여서 세션이 진행됨. 
 ->이 과정에서 마스터분의 강철 멘탈, 긍정적인 태도로 끝까지 세션을 이끌어가는 부분에 크게 감명을 받다..나라면 빡쳐서 다 엎어버렸을지도.
 ->아무튼 당연히 시간이 극도로 부족하게 되어서 클라이막스 페이즈를 스킵하고 엔딩 페이즈로 넘어가게 되었다. 그래도 그 전에 제대로 전투씬이 있었어서 해볼건 다 해봄.



1. 기본 판정 시스템.

 주사위를 너무 많이 던져서 불편하다는 평을 들었었고, 확실히 판정마다 주사위를 여럿 굴리는 것이 복잡한 것은 사실.
(심플하게 2d6+수정치로 난이도를 넘기냐로 체크하는 다른 FEAR게임과는 다르게, 엔젤기어는 능력치 숫자만큼 주사위를 던져서 몇 개가 성공했냐를 보고, 그 성공한 갯수로 난이도를 넘기냐를 체크한다.)

 천하요란은 오직 '데미지 굴림'에서 주사위를 뻥뻥 터뜨리는 느낌이라 같은 주사위를 두 자릿수로 터뜨리는 상황에서도 불편하다기보단 오히려 카타르시스가 느껴지는데 반해, 엔젤기어는 데미지 굴림이 없이 판정에서 주사위를 여러 개 굴리고 각각의 주사위가 성공인지 실패인지 체크해야하는데 이건 호오가 갈릴만하다.

 개인적으로는 이런 시스템 자체가 독특해서 재밌었고, 명중 판정에서는 명중 성공 주사위 하나가 곧 데미지 1점이라는 점에서 천하요란과 같은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 있으며, A&A로 다져진 6다이스 수십개 순싯간에 골라내기 기술이 있기에 10개 이하로 굴리는 주사위 판정에서 딱히 애로를 느끼는 점은 없었다. 

 하지만 보니까 이게... 중급 이상 천사병들은 수십개 단위로 주사위를 던져야하던데, 요런 점은 확실히 애매하다.
 뭐, 난이도 있는 전투에서 마스터의 주사위 굴림이 A&A 게임의 대접전에서 상대방의 공격 주사위를 보는 것과 같은 느낌으로 다가오도록 설계한 거 같고, 그런 의도로 활용하면 역시 문제는 없겠지만..
 그래도 판정과 전투의 특기 시스템 자체가 이 후의 FEAR게임, 2d6을 기본에 두고 설계한 쪽이 더 편하고 (대중적으로) 재밌겠다는 것은 부정하기 힘들듯.



2. 파토스-로고스-다자인-아가페 시스템.

 매우 훌륭하다. 이 규칙만큼은 정말 시스템적으로도 재밌고 실제 게임적으로도 활용도가 높았다. 

 RP가 좋을 때마다 파토스 칫을 하나씩 주는데, 다른 플레이어 중 한 명도 재정자가 되어 씬에서 파토스를 씬 플레이어에게 줄 수 있는 점에서 씬 제 게임의 약점을 보완하고 강점을 강화하는 좋은 도구가 되었다.

 파토스 칫을 로고스로 바꿔서 즉각적인 보너스로 바꾸어 사용할 수 있는 점은 그 부분을 플레이어가 숙지하고만 있으면, 위의 시스템과 맞물려 게임적으로 RP를 장려하는 이상적인 시스템으로 기능한다.
 패스파인더의 플롯 트위스트 카드가 실제 세션에서 기대한만큼의 효과를 전혀 내지 못했었는데, 이쪽은 아예 게임의 근간이 근간이다보니 더 심플한데도 효과가 좋았다..

 다자인으로 NPC나 PC와의 관계를 설정하는 것은 천하요란에서 '커넥션'을 게임적으로 파워업한 느낌으로 이 게임의 아이덴티티인 MOE 시스템을 구성하는 핵심이다. 
 그리고 MOE 시스템, 곧 다자인을 1~5레벨로 감정의 '깊이'를 표현하는 이 시스템에, FEAR 게임의 밸런스를 산으로 보내는 '오의'를 이 '다자인이 5Lv', 곧 다른 한 NPC나 PC와의 관계를 최대까지 발전시킬때마다 한 번씩 사용할 수 있게 함으로서, 게임적 보상으로 RP를 장려하는데 이게 또 그대로 RP의 소재와 오의 연출의 기믹으로 작용하는 매우 멋진 시스템으로 완성되었다.


 결국 이 게임의 핵심은 다자인이라는 생각인데, 플레이어가 게임상 이득을 얻기 위해 적극적으로 RP를 해야하고, 또 NPC와 PC와의 관계를 창의적으로 고민하여 설정한 후에 적극적으로 관계의 깊이를 심화시켜나가야하니까 그 자체로 씬 제와 RP 중심으로 하는 게임이 재밌어지고, 부가적으로는 마스터에게 플레이어가 직접 그 NPC는 이렇게 해달라고 자연스럽게 요청할 수 있게 되는 효과까지 있더라. 

 다자인 5레벨을 만들면 각 PC의 오의(엔젤기어에선 오그먼트)를 하나씩 쓸 수 있게 되는 것도 다자인의 특성에 의해 이를테면, 히로인 NPC와의 다자인으로 '우려'나 '실망', '불신' 같은 걸 넣어서 1Lv부터 2,3,4Lv까지 쌓아가다가 마스터의 오픈업 싸인이 떨어짐과 동시에 5Lv로 감정을 최대치로 올리면서, 불신을 신뢰로, 우려를 기대로, 츤을 데레로(?) 속성 변화 시켜버리면, 진짜 만화 같은 씬 전개들을 플레이어가 사이즈 재서 적극적으로 연출 할 수 있게 된다. 
(물론 '오의'로서의 위력도 FEAR답게 매우 출중, 게이머에게도 만족스럽다.)

 아가페는 뭐, 스킬(특기)을 쓰기 위한 MP를 보통 게임의 8배 가까운 130 정도로 만들어 놓고 a.다 쓰면 게임 오버, b.회복은 매우 특수한 방법으로만 가능이라는 개념 자체는 독특하지만, 실제 세션에서는 다자인 레벨을 올리기 위해서는 빨리빨리 MP를 소모시켜야한다는 점과 맞물리다보니 다 쓰면 죽는다는 사실은 그렇게 심각하게 느껴지지 않았다. 
 그냥 MP가 많구나, 빨리빨리 써서 각성, 다자인, 오그먼트 써야겠다는 생각만 드는데 요건 게임 외적인 측면에서 GM이 세션 내의 전투 난이도와 횟수를 잘 기획해서 풀어갈 문제. 


3.에로게 테이스트 TRPG

 음.. 전혀. 게임(전투)적인 이득을 얻기 위해 RP를 적극적으로 잘 해야하고, NPC건 PC건 감정을 맺고 그 감정을 최대치까지 심화시켜야하는 게 기본 게임. 
 그런 감정을 맺고 커넥션을 만드는 것은 TRPG가 재밌어지려면 필수적인 부분을 게임적으로 잘 구성해뒀을뿐 그게 굳이 무슨 호감도 올려서 캐릭터 공략하고 한다고 한정할 필요는 없다.


..그런데,
 a.게임의 테마에 온갖 속성과 연령대의 미려한 일러스트가 첨부된 여자NPC들이 수십명 실려있다
 b.메인급 히로인 NPC들은 다자인 5LV만들었을 때 그 NPC 고유의 오의(오그먼트)로 기본 오의보다 더 좋은 것을 제공한다
 c.애초에 게임의 주력기체인 슈넬기어의 파일럿이 기본적으로 14세 전후의 여자만 가능하다
..인고로 그런 남성향 테이스트로 이야기를 만들고 씬, 드립 치기가 용이한 것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

 그리고 그렇게 남성향 게임을 제대로 하드(?)하게 즐기기 위해서는 마스터도 플레이어도 모두 남자(+덕후)인 것이 좋더라. 

...여성분이 한 분 계실 때랑 없을 때랑은 게임의 장르가 완전히 바뀌는 것을 직접 실시간으로 체험하였다. 



 4. 정리.

 이쯤되면 천하요란을 접한 것이 하늘의 인도, 신의 계시라고 믿어볼만하다. 

 즉 천하요란을 이미 플레이해본 TRPG게이머라면, 그 특유의 특기를 활용하며 오의로 작살내는 전투 시스템과 커넥션을 이용하여 씬을 이끌어나가는 기본 시스템을 파토스-로고스-다자인-아가페 시스템을 통해 게임적으로 더 확실하게 지원해주는 이 게임에서 훨씬 더 좋은 씬과 드립을 만들 수 있겠다.  

 GM의 입장에서도 천하요란을 돌려본 GM은 씬 제 구성을 계획적으로 구상해서 기획할 필요가 있는 엔젤기어에서 천하요란에서의 노하우를 활용해 플레이어 숫자에 따른 씬 수, 페이즈는 몇 번 돌려서 예상 파토스 칫의 맥스 치는 어느 정도로 두는가에 대한 감을 잡을 수 있으며, 반대로 천하요란에서는 다른 룰적 가이드나 보조없이도 해왔던 NPC 커넥션을 이용한 씬 구성을 이제는 다자인의 도움을 받아 더 손쉽게 할 수 있게 된다.

 결론적으로 엔젤기어는 사무라이와 닌자,무녀 대신에 에반겔리온과 마크로스(의 발키리와 전함)가 등장하는 천하요란이라고 거칠게 표현해도 무방하다. 
 즉, PC들이 무언가 '기체'를 타고 이동속도가 백미터 단위인 '슈로대'식 전투를 TRPG로 풀어나가는 테마의 게임을 하고 싶으면 엔젤기어2nd를, 역사와 관련된 어떤 퓨전과 패러디도 '모두' 룰북에서 커버해주는 '시대극'을 TRPG로 풀어나가는 테마의 게임을 하고 싶으면 천하요란TRPG를 하면 되겠다.

 바꿔 말해, 이미 천하요란을 잘 돌리고 즐겨본 이상, 엔젤기어를 돌리거나 즐기는데에는 아무런 무리가 없다.



덧글

  • 샤이엔 2013/02/17 02:31 # 답글

    그런데 기분 탓일까, 설정상 천사병 퇴치의 핵심인 기어 드라이버와 슈넬기어인데 실제로는 어떤 클래스던간에 다 천사 잘 잡고(...), 오히려 슈넬기어의 화력이 더 딸리는 느낌이..
  • 인간♡실격 2013/02/17 07:24 #

    사실 2nd도 1st도 실 플레이 경험이 없으니 그냥 추론이지만, 1st 때 그 경향이 더 심했던 것 같습니다. 그나마 많이 나아진 것 같아요 진짜로(..).

    그건 그렇고 마지막줄을 보니 곧 플레이어를 모집하실 것 같군요! 기대해 봅니다! (..)
  • 샤이엔 2013/02/17 10:48 #

    일이 잘 풀리면 게임의 배경과 같이 더운 여름쯤에나 실제로 돌릴 수 있을거 같습니다.. 그런데 너무 해보고 싶긴 하네요. 천하요란하고나니 이게 어떤 부분에서 재밌을지 딱 바로 감이 와서ㅜㅜ
  • 역설 2013/02/17 02:51 # 답글

    덕심을 끓어 올리셨습니까? -ㅁ-;;

    사람 > 기어인가요. 동방불패인가...
  • 샤이엔 2013/02/17 10:52 #

    아니, 그런건 아니고 여기 나오면 전부다 기체를 기본적으로 가지고 있어.
    그리고 이게 설정상으로는 에반겔리온의 AT필드와 똑같은게 있어서, 같은 천사의 힘을 사용한 슈넬기어로만 천사병을 잡아야하는데, 1.구형 전투기에 대천사무기 탑재 2.강화외골격에 대천사무기탑재 3.수송기(슈로대전함개념)에서 대천사무기로 지원사격 4.엔지니어나 과학자가 수송기에서 대천사 미사일 발사하고 나면, 슈넬기어가 할 게 없음.
    옛날에 먹통X였나? 뭐 그런 만화에서 악의 로봇군단이 나타났는데 아군기체가 출격하기 전에 국방부에서 먼저 다 때려부셔버리는 느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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