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기와 계획에 대한 잡담 [잡담:게임책]




 0.행동과 재미에 대한 동기를 엄청 무식하게 단순화했을 때 결국 남는 것은 섹스와 폭력이라고 생각한다.

 1.GMing이 아니라 DMing을 계속한다고 하는 것은 결국 비록 실존하지 않는 대상이라고 할 지라도 결국엔 실존하는 것처럼 감정이입하도록 권하는 대상들을 끊임없이 만들어내어서 곧바로 끔찍하게 살해당하도록 하는 것을 계속해나가는 것이다.

 2.감수성이 예민하고 감정이입을 잘하더라도 정상인은 현실에 실존하는 대상과 가상에 존재하는 허구의 존재를 착각하는 일은 없다. 그것이 '병원'에 끌려가지 않을 정상인의 가장 윤리적인 조건이다. (종교는 뭔가요? 어..음.. 그러니까 윤리적인 조건이죠. 현실적인 조건이 아니라(...))

 3.숫자와 텍스트를 기반으로 한 가상의 존재에 대해 포트레잇이나 Wav, 설정과 운영의 정합성,개연성 따위를 더하여 더 빠르고 쉬운 감정이입을 유도하는 것이 그를 통해 몰입감, 곧 재미의 질을 올리는 수단이 된다는 것과는 별개의 문제로 섹스와 폭력의 동기를 적극적으로 추구할 수 있기 위해서는 가상의 존재에 대한 설정의 완전히 다른 부분에 대한 고려가 필요한데, 나는 그것을 윤리와 도덕에 대한 회피기재라고 파악한다.

 4.DnD를 하면서 레벨업을 위해 얼마나 많은 생물체=크리쳐를 죽여야 하는가. 
 
 5.게임 재밌으려면 몰입하고 대상에 감정이입을 깊게 하는 것이 좋다. 하지만 감정이입이 심화될수록 그 대상을 자르고 토막내고 고문하며 강간해버리는 것은 쉽지 않다. 그렇기에 디엔디는 폭력의 대상에 딱지를 붙인다. '몬스터'라고.

 6.내 DMing의 기술적인 목표는 얼마나 세련되게 이 딱지를 붙여서 참가자들의 윤리도덕 기재를 무너뜨리는 가에 중점을 둔다. 거기에 개인적인 취향이 더해져서 항상 함정을 판다. 즉, 스토리텔링에서 제일 거지같고 기피되어야하는 '사실 넌 지금 善人을 죽였어'류의 전개를 가장 좋아한다.

 7.결국은 그렇다. '강도' 혹은 '살인강도'라고 요약될 수 있는 D&Ding에서 나이 든 DM의 업무는 어떤 딱지를 그 대상에게 붙일 것인가로 요약될 수 있다. Gaming에 대한 창의력은 사실 DMG를 정독하면 무의미해지는 부분이기에 더욱 그렇다.

 8.선을 넘지 않는 내에서 말을 고르니 정리가 조금 힘든데.. 아무튼 D&D에서 DMing을 할 때 업무를 단순하게 살인강도의 대상이 될 등장인물에게 어떤 '딱지'를 붙일 것인가, 라벨링할 것인가를 기준으로 시작해보면 의외로 쉽고 간단하게 이야기가 만들어진다고 말하고 싶다. 
 예전의 DMing 격언 중에 '몬스터 하나를 보면 시나리오가 하나 나온다'는 것에 대해 오래된 그 분의 팬으로서 또 하나의 주석을 다는 의미로서.

 9.일반적인 취향의 DnD게임이라면, 이 라벨링은 '몬스터', '악당'을 수식하는 데에서 출발할 것이고,
 0의 관점에서 단순한 Gaming 이상으로 가기위해 그 수식이 극도의 잔인무도의 영역을 맴도는 것이 이른바 발전이 될 것이다.

10. 혹은 대상과 일체화 되는 경우도 있을 수도 있겠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혼자 골방에서 게임을 하는게 아닌 이상 이게 TRPG로 될 거 같지는 않다. 




덧글

  • 샤이엔 2013/06/03 13:29 # 답글

    간단하게 한 두줄로 요약할 수 있는데도 재미삼아 길게 쓰는 것도 참 대~단한 것 같다. 8살 때 담임선생님이 말씀하셨던 모든 문서의 워드프로세서화가 그 후 20년이 더 되는 시간이 흐르도록 아직도 완전하지 않다는 점, 그래서 나는 CBT로 모든 시험을 볼 수 없다는 점이 문득 더 아쉽게 느껴진다.
    -라고 또 늘려쓰기 장난을 쳐본다.(...)
  • SY 2013/06/03 21:15 # 삭제 답글

    상대가 어떻게 보여도 '일단' 몬스터라는 라벨이 붙기시작하면 거침없이 썰고

    승리의 콩댄스를 추게 되더군요.

    하지만....미(소)녀 몬스터라면 어떻게 될까!

    미! (소!) 녀! (야)
  • 샤이엔 2013/06/03 22:43 #

    동인 소프트나 아예 에로게임쪽에서 많이 다루는 주제가 되겠죠.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봐도 그 주제로 TR은 안될거 같더라고요. 제가 좀 선비다 보니. 에헴.
    전 간접적으로 상상의 여지를 주는 쪽으로 가는 편입니다.
  • 역설 2013/06/03 22:07 # 답글

    과연 악마스터… 티알계의 부치겐…

    DnD 클래식에서는 이론상 불살로 강해질 수 있었을 텐데! 세랑이 삭막해지자 룰도 삭막해지는 (건 아닌 거 같기도;;)
  • 샤이엔 2013/06/03 22:50 #

    와 엄청난 과찬을.. 기분은 좋네. 뭐 클래식은 보물로 경험치 먹는 시스템이라 나중에 좀 이상해지긴 했지. 우스개소리로 고레벨 캐릭터가 레벨업을 하려면 세계를 사고 남을 정도의 금화를 던젼에서 털어오거나 몇십종의 몬스터 종족을 세계에서 멸종시키기 혹은 편지를 배달(하고 퀘스트 경험치)하면 된다는 얘기도 하고 그랬던..
댓글 입력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