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터링을 보고 가져보는 반성과 자아성찰의 시간 [잡담:게임책]



 2박 3일 TR캠프를 했습니다. 그리고 거기서 마스터링을 하나 맡았는데..

 개인적으로 클라이막스 보스전 전까지는 매우 만족스러운, 천하요란하면서 가장 포텐이 개화했던 세션을 뛰어 넘는 수준에 임박하고 있는 느낌을 받으면서 즐거웠습니다만..

 보스전에서 완전히 박살났네요.


 처음 시나리오를 구상하면서 착안한 부분은, 역시 모순과 딜레마라는 제가 제일 좋아하는 테마였습니다.

 메이지 시대 일본이 배경인 게임에서 기본적으로 일본인을 현대 한국인들이 플레이한다-라는 사실 자체가 이미 모순과 딜레마인데, 거기에 역사에 실존했던 일본 메이지 정부의 고관들이 등장하고 배경에 메이지 일본이 말살해버린 북해도의 원주민 아이누를 엮으면? 까지 생각하니 저절로 손이 춤을 추면서 시나리오를 두드리게 되었달까요.

 아무튼 그런 모순과 딜레마의 테마로 구성한 시나리오가 플레이어들에게도 느낌이 잘 전달이 되고 새로 사용해본 정보의 키워드를 조사하면 그 정보와 함께 다시 연결된 정보 키워드를 알게 된다 + 시노비가미식 정보 판정과 공유개념을 활용한 시나리오도 게임적으로 굉장히 잘 맞아떨어져서 아주 즐거웠었는데..

 각설, 일본인, 아이누인, 조선인으로 구성된 파티에게 자신들과 관계 없는 약자들을 희생하여 약화된 보스전을 할 것인지 아니면 그런 약자들까지 모두 지키는 대신 이기는게 거의 불가능한 보스전을 할 것인지를 선택해야되는 단계가 나오고, 여기서 열띤 RP와 토론으로 모두를 지키고 지옥을 맞이한다는 결론이 나는 것까진 좋았으나, 막상 그 무지막강한 포스를 자랑하고 지옥을 보여주어야할 보스와의 전투가 게임적으로 완전히 망해버렸네요.

 즉, 보스도 PC에게 피해를 주지 못하고 PC들도 보스에게 피해를 주지 못하는 가운데, 일발역전의 계기인 오의는 상호간에 다 소모되었으며, 어느 한 쪽이 주사위가 안 나올때 한 쪽이 주사위가 잘나온다면 전투가 확 기울게 되는 외통에 걸려버린 것입니다.

 보스전에서 주사위 던지는 전투에 소모된 시간만 1시간 30분 이상.. 그나마도 결국엔 그냥 흐지부지하게 이겼다고 칩시다! 로 끝내게 되었습니다. 그러다보니 그 전까지의 텐션은 다 사라지고, 세션 중 선택들의 결과로 결정된 대체역사물을 즐기는 사람만이 즐길 수 있는 재미가 될 엔딩도 매우 소소하고 간단하게 처리되었습니다.


 이 때 바로 생각나는 것이, 일단은 얼마전에 아리안로드2E의 두 번째 세션에서, 해피엔딩이 가능함에도 딜레마를 준다는 것에 집착하다가 PC를 셋 잡아버린 것이고, 이런저런 처음 DND4를 할 때라던가 그 동안 DND3, 패스파인더등을 오랫동안 하면서 중간중간 파티를 도륙내버렸던 기억이 오버랩되더군요.

 결국 나는 마스터링을 보면서 나의 '실수'를 인정하는 것에 너무 서툰것이 아닌가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전투는 박진감, 드라마틱한게 제일이야, 그러니 난이도는 아슬아슬해야 더 재밌지-라는 마스터 편의의 생각을 플레이어링을 하면서 그렇지 않다고 깨달았음에도, 오랫동안의 관성이 남아 결정적인 순간에 엄지손가락을 아래로 내리는 선택을 하고 있더라고요.


 지금은 아무튼 곰곰히 생각해보니 몇 가지 입장이 정리가 되기에, 어떤 선택을 해야 될까에 대해 다시 또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1.'이런' 마스터링이 나의 마스터링의 특징, 개성이다. 스타일로서 고수한다.
(※'이런'마스터링: 보스전은 승률이 반반. PC의 승리보다 세계관의 정합성이 훨씬 더 중요.)

 2.데이터, 정확히는 전투 난이도에서 큰 실수가 종종 나오니, 그냥 너는 데이터를 커스텀할 생각 하지말거나, 전투 난이도 조정을 마스터 자율에 맡기는 게임을 하지 말아라.

 3.그냥 너는 크툴루의 키퍼를 하도록 하여라.

 



덧글

  • SY 2013/07/31 19:45 # 삭제 답글

    역사를 테크니컬이 아닌 파워로 찍었더라면 주먹의 <광>이 되어서 데미지가 그냥 팍팍 들어갔을텐데...

    괜히 강룡자전장 쓴답시고 테크니컬로 찍어서 원(...).
  • SY 2013/07/31 19:57 # 삭제

    그래돈 플레이가 즐거웠습니다. 조여드는 맛이 있어서요.

    다만 승률을 5.5:4.5~6:4~6.5:3.5 라던가 미묘하게 약간 PC에게 유리한 정도면 괜찮을 듯 하네요,
  • 샤이엔 2013/07/31 20:03 #

    사실 호무라가 아니었다면, 위령제에서 원령 이상의 극악한 전투가 되었을 거에요.
    크리 아니면 무적인 애들이 여섯 나오고, 걔들을 죽이기 전엔 데미지를 입지 않는 해골왕이 사거리 장면으로 공격을 해대는 거였거든요..! 그러나..
    호무라: "호오, 크리나 오의가 아니면 데미지를 입지 않는군요? 훌륭해요 자코들 꽤나 조합이 좋아요"
    호무라: "참고로 제 크리티컬 수치는 8입니다?"
    (..........)
  • SY 2013/07/31 20:04 # 삭제

    스승님(무영도인) 드디어 한 몫의 영걸을 하게 되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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