씬과 페이즈 제 시나리오에 대한 잡담 [잡담:게임책]




 처음 천하요란TRPG를 하기 위해 샘플 시나리오를 읽었을 때, 혹은 그 전에 엔젤기어TRPG를 대충 읽었을 때, 가장 놀라웠던 점은 FEAR식 씬 제 구성이었다.

 시노비가미의 씬과 페이즈와는 달리, 아예 씬1부터 씬17까지 마스터가 전부 상황설정 다 해두고 순서대로 그 씬을 이어나갈 뿐인 시나리오의 구성.
 정말 이게 재밌는걸까? 라는 생각보다 먼저 아예 이게 TRPG인가? 하는 생각도 든 것이 솔직한 처음 생각이었다.


 사실 '씬' 단위를 생각하고 시나리오를 준비하는 것은 원래 시노비가미니, FEAR룰이니를 접하기 전부터 원래 내가 시나리오를 짜는 방식이었다.
 단, 내가 디엔디를 준비하면서 짜는 '씬 제' 시나리오란, 세션에서 나올만한 '장소'들을 미리 생각해보고 그 장소에 PC들이 들어갔을때 벌어질 사건들을 '씬'으로 만들어둔다는 식으로 1씬과 2씬이 시간의 흐름으로 순서대로 이어진다거나 하는 개념이 아니라 샌드박스 게임에서 장소별 설정과 고정이벤트들을 만들어두는 개념에서, 한 장소의 구현,재현 퀄리티를 미리 준비해서 높힌다는 의미로 "씬"이라는 개념과 용어를 사용했었다.

 -아무튼 지금까지도 씬1 씬2 씬3 전부 시간적 순서대로 이어지게 정해져있어서 오프닝부터 미들, 클라이막스, 엔딩까지 그대로 정해진 씬이 순서대로 진행되는 시나리오 방식은 "샘플 시나리오"니까 라고 생각하고 있었고, 그렇기에 FEAR식 씬&페이즈 게임을 마스터링할 때에도 고정된 씬은 오프닝 페이즈와 클라이막스, 엔딩 페이즈뿐이고 미들 페이즈에서의 씬은 고정된 씬이 아닌 '시노비가미'식의 진행이 되도록 게임을 짜왔었다. 
 천하요란의 서플리먼트인 에도현란-에서 추가된 주사위를 던지면 시나리오가 완성되는 툴도 딱 이런식으로 활용을 했었고..


 그런데, 사놓고 안보던(학원물이라 관심이 없었다) 천하요란TRPG의 리플레이집을 읽고 있는데...

 내가 완전히 피어식 씬&페이즈 제 시나리오를 오해하고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샘플 시나리오라서 씬1~17까지 정해진 것이 아니라, 원래 그렇게 플레이어가 자유롭게 씬을 여는 일이 없이 고정된 씬을 연속적으로 해나가는, 말그대로 일본 게이머들의 '멋진 씬'을 만드는 것이 게임의 최대 목적인 시나리오 작법이었던 것이다..

 [정보수집]으로 구별되는, 유일하게 플레이어가 자유롭게 씬을 열 수 있는 부분을 '한 씬'으로 몰아넣고 매우 간략하게 요약되고 별다른 전술적 판단이 요구되지 않는 간단한 판정으로 처리하는 것도, 내가 이 부분을 미들 페이즈 전체로 확대해서 시노비가미처럼 진행하는 것과는 전혀 다르게, 아예 [정보판정]에서 얻는 정보 자체도 이미 오프닝이나 차회예고로 플레이어들은 다 알고 있거나 짐작하고 있는 [정보]를 재확인하는 수준이기에 정말로 이 [정보수집]자체가 게임적으로는 거의 의미를 가지고 있지 않기에 그렇게 처리하는 것이었다..

 즉, 정보판정을 통해 얻는 정보로 시나리오의 복선이 드러나거나, 클라이막스 페이즈에 유용한 정보를 얻게 되는 개념이 아니라 그저 롤플레잉을 하기 위한 구실로서 정보판정이라는 방식을 이용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어차피 씬은 1~17까지 자동으로 이어져서 클라이막스와 엔딩으로 이어진다-라는 것도 이런 의미로 연결되는 것이고..


 아무튼 그렇다. 취미의 영역에서 존재하는 건 개인의 호불호, 취향의 문제 뿐이고, 그런 영역에서 1년 넘게 피어식 씬&페이즈 제 게임만 계속하고서 내린 "개인적인" 씬 제 시나리오 작법의 결론은 오프닝>클라이막스>엔딩 순서대로 더 고정된 씬을 짜고, 미들 페이즈를 전부 [정보수집]씬으로 만드는 것이 가장 좋다는 것.
 미들 페이즈 진행은 시노비가미인데, 미리 준비할 것은 클라이막스로 가는 방법 혹은 클라이막스에 도움이 되는 정보, 엔딩에 영향을 주는 정보의 3가지 카테고리로 정보 수집의 키워드를 정리하고, 어떻게 자연스럽게 이런 키워드들이 제시되고 또 연결되어 열리게 하느냐 뿐이라는 것.

 이를테면, FEAR식의 골조에서 미들 페이즈와 정보수집관련만 사타스페+엘류시온식으로 준비해서 시노비가미처럼 진행하는 게 내가 생각하는 가장 괜찮은 FEAR씬&페이즈제 시나리오 작성 방법이다. 

 장점은 시나리오 짜기가 말도 안되게 쉽고, 물리적으로 들어가는 시간도 굉장히 짧은데 게임 재미와 퀄리티가 굉장히 높은 수준으로 보장되고, 세션이 아예 망해버리는 일도 방지가 된다는 것.

 단점은 현재로선 없다.



+시트를 여러장 만드는 TRPG-라는 매우 독특한 이상적인 TRPG 시스템관을 가지고 있는데, 어쩌다보니 그게 다른 방향에서 구현되었다. 이를테면, TRPG시스템에서 가장 중요한 건 캐릭터 메이킹룰과 그걸로 뽑아져나온 캐릭터 시트이고, 시나리오는 그냥 규격과 취향에 맞춰서 공식을 따라 뽑아낼 뿐,이랄까.
 좀 오바해서 말하면, 결국 그냥 시트를 여러장 만들 능력을 가진 취향이 맞는 플레이어들을 모으는 꿈 같은 이야기는 꿈으로만 꾸고, 마스터는 범용 취향으로 자신을 개조하고 범용으로 대응하는 시나리오 툴로 자신을 열심히 갈아넣는 것으로 모두에게 대응하면 된다는, 굉장히 슬픈 결론.

덧글

  • 셸먼 2013/08/23 10:46 # 답글

    피어식 룰과 시나리오는 일본 내에서도 호불호가 확 갈리더군요. 언제나 전쟁이 가능한 만능 떡밥 취급인 듯 합니다.
  • 샤이엔 2013/08/23 21:08 #

    오.. 일본 내에서도 호불호는 많이 갈리나보군요.
  • SY 2013/08/23 10:54 # 삭제 답글

    시어하트ㅇ...아니, 쿠오리식 FEAR씬&페이즈제 시나리오 작성 방법! 약점은... 없다.

    (콰아아아아앙앙)

    SY : 호옹이


    (.....)
  • 샤이엔 2013/08/23 21:08 #

    호옹이
  • 애스디 2013/08/23 11:46 # 답글

    FEAR 공식 씬제 방식은 무섭군요.. 대놓고 레일로드인가... ;;;
  • 샤이엔 2013/08/23 21:10 #

    세션 트레일러(이번화예고)와 핸드아웃으로 캐스팅을 한 후에 드라마(애니메이션)를 만든다는 느낌이 강한 것 같습니다.
    그런데 사실, 인디 TRPG와 서술권 공유 개념이 유행하기 전에 FEAR식 씬제 방식이 오히려 기존의 방식을 세련되게 툴로 만들었다는 느낌도 받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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