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티 장르 호러 RPG, 인세인. [리뷰:게임책]


 근래 룰북이 갑자기 많이 발간된 느낌이 드네요. 신기원사에서 2주만에 4 개를 내버린데다가, 도쿄노바 신판까지 나왔으니..


0. 인세인?

 한국에서 잘나가는(?) TRPG 메이커인 모험기획국의 신작입니다. 시노비가미, 사타스페, 미궁킹덤 등으로 유명한 카와시마씨의 신작. (동시에, 헌터즈문과 블러드크루세이드로 유명한 사이토씨의 신작 킬데스 비지니스도 발간..이건 이제 읽어볼까하고 있습니다)

 멀티 장르 호러 RPG, 라는 설명에 맞게 각종'호러'장르의 TRPG를 하기 위한 게임이고, 카와시마씨의 신작답게 '시노비가미'를 베이스로 개변한 규칙입니다. 광고단계에서 이미 엄청난 흥미를 불러일으켰고, 이렇게 실제로 뽑아져나온 모습도 과연 기대에 걸맞는 모습이군요.


1. 시노비가미?

 http://cafe.naver.com/trpgdnd/39584

 -에서 이미 한글화된 인세인의 시트를 볼 수 있습니다. 보는데로, 기본적으로 시노비가미의 골자인 6개의 카테고리로 나뉘는 11개의 특기표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그 내용은 '호러'장르에 맞게 수정되어 있지만, 기본적으로 자신이 습득한 특기를 활용하여 2d6으로 판정하는 규칙은 그대로입니다. 지정된 특기를 가지고 있다면 난이도 5, 거기서 멀어질수록 +1되는 바로 그 룰.

 여기에 '호기심'으로 6개 중 하나의 분야를 택해서 시노비가미처럼 그 특기의 얖 옆 공간을 칠해서 갭을 매우고, 공포심으로 '특기'하나를 골라서 그 특기 옆의 ☆을 칠해서 표시합니다. 
 이런 '호기심'은 갭을 매워서 특기의 활용을 쉽게 해주는 것에 추가로, 호기심에 속한 특기와 관련된 체크는 생명력or정신력(San)을 하나 소모해서 리롤할 수 있다거나 관련된 사건이나 이벤트가 일어나면 그걸 체크해서 그 씬에 스스로 들어와야한다는 식으로도 활용이 되고, '공포심'에 대한 특기로 공격을 받으면 회피에 -2를 받는다는 것으로 구현됩니다.

 한 가지 재밌는 점은, 특기의 카테고리에서 "괴이"의 카테고리에 특기를 선택하면, 그 수만큼 초기 정신력치가 깍인다는 것입니다. 크툴루TRPG를 아는 분은 풋-하실 부분인데, 그렇죠, 크툴루 신화 스킬입니다. 이 게임에서도 결국 '괴이'나 '공포'가 지정해서 판정을 시키는 특기는 이 '괴이' 카테고리에서 나오기 쉽다는걸 생각해보면 참으로 절묘한 변용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 외에도 시트를 보면, '생명력'은 따로 표시 되어 있는데, 인세인은 시노비가미와는 달리 일반적인 게임의 HP처럼 관리하고 있습니다. 옆에는 '정신력(正氣度)'라는 수치가 쓰여있는데, 이것은 일본에서 '크툴루 신화'의 'Sanity'를 '正氣度'로 번역해서 쓰고 있다는 걸 아신다면 아, 하실겁니다. (국내에서는 최초에 '온전함'으로 번역되었었는데 근래에는 그냥 San치(..)가 더 유명한 느낌이네요. 개인적으로는 '온전함' 지지파입니다.)

 기본적으로 6점의 수치를 각각 가지고 시작하게 되고, 물리적 피해를 입으면 생명력의 손상이, 정신적인 쇼크를 받으면 정신력의 손상이 오는 것으로 처리하게 됩니다. 생명력이 0이 되면 행동불능이 되고, 정신력은 그 수치만큼의 '광기'를 캐릭터가 견딜 수 있다는 파라메터로 현재 정신력 수치 이상의 광기를 발광하게 되면, '착란상태'가 되어 전투 상황에서 생명력이나 정신력(!!)을 소모하지 않으면 도주외의 행동을 하지 못하는 거의 무능력한 상태가 됩니다.

 '광기'라는 이야기가 나왔는데, 이것은 시노비가미의 '이니그마'와 '일반인 비밀'이 생각나는 인세인의 규칙입니다. (혹은 광기의 저택의 트라우마도)
 광기는 핸드아웃으로 광기의 이름과 트리거(발동조건), 효과가 적혀있는 카드형태를 취하고 있고, 이 광기 카드 더미 중에 이번 세션에 사용할 것을 모아서 패를 만들어 뒤집어 놓고 게임을 시작하게 됩니다.
 그 후 게임 중,  PC가 무서운 장면을 목격하게 되거나 할 때는 '공포판정'을 하게 되는데, 이 판정에 실패하면 패에서 광기 카드를 하나 가져오게 됩니다.
 광기의 내용은 기본적으로 본인만이 내용을 확인할 수 있기 때문에 마치 이니그마나 비밀처럼 뒤집어져 있다가 트리거가 발동되면 그 순간 시한폭탄처럼 빵-하고 공개되어 거기 적힌 나쁜 효과를 발동하게 되고, 아예 광기가 너무 많이 나와서 광기패가 다 떨어지게 되면 바로 게임은 거기서 종료되고 각각 배드엔딩 표를 굴리게 됩니다.
 (물론 이런 광기는 터지기 전에 드라마씬에서 회복판정-카운셀링을 성공시키면 지울수도 있습니다)


 그 외에는 어빌리티가 있는 것도 그렇고, 도입 페이즈-미들페이즈(사이클제)-클라이막스페이즈-에, 미들페이즈에서 드라마씬/전투씬을 골라서 연출한다거나, 전투를 걸려면 [거소]를 획득해야한다거나, 감정을 맺은 상대와 정보공유한다거나, 등 기본적인 부분에서 시노비가미와 같습니다.


2. 인세인.

 시노비가미를 아는 분은 이 부실한 리뷰만으로도 대략 게임의 윤곽이 잡히셨을 것 같습니다.

 리플레이에서는 우오케리씨가 4명의 여성 플레이어(이게 유행인가봅니다..)를 데리고 상당히 공을 많이 들여서, 가공된 핸드아웃도 많이 준비하고, 사이토씨의 의도치않은 조력도 받아가며 매끄럽게 호러 세션을 진행해내는군요. 확실히, '호러'는 분위기랄까.. 이렇게 핸드아웃에 공을 들이는 것도 중요하지요. (예:신문기사라면, 신문기사 형태로 쪽지를 만든다, 웹페이지 형태로 핸드아웃을 만든다, 오래된 종이에 손글씨로 핸드아웃을 만든다 등)

 첨언해보자면, 리플레이에서 본 인세인의 전개방식은 시나리오의 '정보 키워드'로서 정보판정의 대상이 되는 "비밀"들을 10개 정도 만들어 놓고, 처음에 판정이 가능한 '비밀'들을 밝혀나가면, 거기에 연결된 다른 조사의 대상이 되는 '비밀'키워드가 열리는 식으로 구성되어 있었습니다.
 그런데 인세인의 '비밀'은 기본적으로 대부분 거기에 상기한 '쇼크'라는 것이 말미에 적혀 있어, 밝혀질시 적힌 조건을 만족하는 조사자에게 '정신력'데미지를 가하게 되어 있습니다. 
 거기에 정보를 조사해서 핵심이 되는 정보로 연결되면서 깊숙히, 점점 더 공포의 근원에 다가가는 것을 기본으로 하되, 조사해도 실익이 없이 공포판정만 하게 되는 것과 같은 함정 정보도 적절히 혼용하니, 애초에 참가자 전원의 '비밀'이 각각 존재하여 신경이 쓰이는 상황에서 파볼건 많은데 정보 판정을 할 수 있는 기회는 제한되고(시노비가미 미들 페이즈는 보통 3사이클, 곧 한 사람당 최대 3번 정보 판정을 '시도'할 수 있죠), 그러다보니 뭔가 두려운 게 점점 밝혀지는데 시간은 촉박하고 궁금한건 많고 뜬금없이 발목도 잡히고(함정정보,판정실패,애초에 성공해도 '쇼크'), 정보공유도 하면 좋은데 뭔가 애매하고, 등등 공포RPG의 "쪼아가는 맛"이 정말 제대로 살아 있었습니다. 과연, 모험기획국. 과연 카와시마씨.라는 감탄이 나오더군요. (정확히 GM은 우오케리씨였지만)


3. 마치며

 개인적으로 근자에 원래 전혀 관심을 가지지 않았던 크툴루TRPG에 흥미가 생겨서, 먼지 쌓여있던 구판 룰도 읽고, 신판 퀵스타터도 읽고, 출판된 단편 시나리오도 엄청나게 읽으면서 한 번 해 볼 기회만 노리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막상 딱 시작하지 못했던 것은 장르에 대한 부담감도 있지만, 우선은 구판 크툴루TRPG의 '규칙'과 클래식한 TRPG의 '시나리오 전개 방식'에 대한 부담감이 더 컸습니다. 
 이를테면 조사, 밝혀낼 '괴이'가 있고 그것의 정체가 차츰차츰 드러내 가는 과정-이라는 부분을 게임으로 구성할 때에 타임 스케일링과 각 플레이어간의 활약, 턴의 배분 등을 수동으로 기획,조정하는 게 좀 어렵게 느껴졌달까..

 그런데 인세인을 딱 펴보니, 아-싶은게 바로 시노비가미식 돌아가며 씬 열기+엄습하는 고정된 클라이막스 페이즈 존재라는 구성이 바로 크툴루TRPG로 시날을 구성할 때 참고해야할 진행 틀의 본보기 그 자체더군요. 
 이를테면, 위시송님의 말을 변용인용하여 표현할 때, 크툴루 TRPG가 구판으로 게임을 짜면 그 완성도가 1d20을 던지는 것(..)이라면, 인세인은 바로 3d6을 던지는 게임이랄까, 제가 느낀 바로는 크툴루가 1d100이라면, 인세인은 50먹고 5d10 던지는 느낌이 들었네요.

 별개로 매우 감명깊게 본 것은 본 것이고... 확실히 모험기획국의 이 판형의 룰북의 데이터 볼륨은 처참하긴 하네요. 하긴, 호러에 빌덕은 필요없기에 그렇기도 합니다만.(...)




 

 
 

덧글

  • 셸먼 2013/09/10 00:29 # 답글

    저번에 카페에 올라온 소개만 보고도 상당히 흥미로운 개념들이 많았던 것 같아요.
  • 샤이엔 2013/09/10 01:29 #

    실제로 어떤 모습일까가 제일 궁금했는데, 크툴루TRPG를 시노비가미 룰로 구현했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놀라운 건, 그게 소개에서 느꼈던 것처럼 정말 굉장히 잘 어울렸다는 점이었네요.
댓글 입력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