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노바X룰북 감상 [잡담:게임책]




 처음으로 읽은 사이버펑크 장르 TR룰북.

 해저드라고 불리는 대규모 지각변동으로 생태계가 작살나는 가운데 초상류층들은 궤도 콜로니에서 잘 살아남고 거기서 일본계 대기업이 식량문제해결 기술을 개발하여 다른 대기업보다도 더 우월한 지위에 서 있는, 일반적인 사펑 설정의 초국가 개념의 다국적 기업이 세계를 지배하면서, 근미래기술로 인류가 머리에 와이파이단말기..가 아니라 웹 억세스 되는 장치 꽂고 엑셀월드 처럼 억세스되는 가운데 생태계가 작살나고 지각이 다 뒤틀려서 인류는 초거대다기능빌딩도시를 중심으로 거주한다고하는 전형적인 사이버펑크 세계관.

 룰은 피어의 주사위를 안쓰고 트럼프카드를 사용하는 계통을 이어감. 트럼프 4장들고 판정할 때 자기가 원하는 카드 숫자로 주사위를 갈음하는게 기본인 그 규칙. 카드무늬로 현재 쓸 수 있는 카드와 대응하는 상황묘사 붙이는 바로 그.

 전투에서 '데미지'가 육체, 정신, '사회'의 3 종류로 나뉘는 것과 그 데미지도 HP 개념이 아예 없다보니 그런 수치따위를 까는게 아니라 각각의 공격성공에 의해 산출된 데미지가 하나의 상처, 트라우마, 평판등으로 시트에 기록되어 남아있는 점이 특이.
 곧, 작은 육체데미지를 입었다면, '타박상이 생김'이란 텍스트가, 사회적 데미지라면 '루머에 시달림'따위로 각 데미지의 수치에 따라 표를 보고 문장을 뽑아와서 시트에 하나하나 추가되는 방식. 큰데미지에는 상태이상 혹은 전투불능, 사망에 달하는 부가효과도 붙어있지만, 실제로는 데미지가 누적되어 사망하는 개념이 아니다보니 감각이 미묘.
 좀 파보면, 사실상 6이상의 데미지에는 상태이상이 붙고, 10이상되면 전투불능 가능성이 있는데 기본 총이 카드숫자+7 데미지인 반면, 방어구는 2점 겨우 막는 수준이라 실제로는 기존게임에서 0점에 해당하는 데미지를 5점 이하의 짠데미지로 세분화하여 RP와 캐릭터 묘사로만 표현하고, 1점 이상의 데미지는 6점 이상으로 치환하되 HP개념 없이 쓰러지냐 안쓰러지냐로 판정하는 룰. 데미지 산출적용면에서 세비지월드가 육체정신사회의 3분화에선 페이트가 생각나는 규칙이기도.

 핸드아웃과 씬제를 사용하지만, 기존의 레일로드식 극연출 게임은 아님.
 본인이 천하요란(SRS)하면서 사용하고 있는, 오프닝과 클라이막스가 정해져 있고, 본편에서는 '클라이막스로 가기 위한(+)' 정보 수집이 주가 된다고 하는 바로 그 방식으로 게임이 진행됨.
 곧, 오프닝과 핸드아웃으로 캐릭터 동기 다 잡고 시작 정보 키워드를 조사하면 결과에 따라 정보와 함께 다음 키워드가 열리는 가운데, 특정 조건에서 미리 준비한 이벤트 씬이 펼쳐진다고 하는, 매우 정석적인 스토리텔링계 시나리오 구성 및 세션 진행법을 쓰고 있다. (천하요란 등 일본룰북 1년 파서 나름대로 요결을 정리한 시나리오 작법&세션 진행법이 그대로 룰북이 실려 있다.-_-; 번외로, 이걸로 천하요란은 원래 '재현'에 중점을 둔 시대'극'TRPG로 레일로드 진행하는거 자체를 즐기는 게임이였다는 생각도 무게가 실리는 듯.)

 사이버펑크다보니 PC가 '레벨업'이라는 수단을 통해서 단계별로 팍팍 성장하는 개념도 없고, 거기에 HP도 없이 포인트로 기능과 능력치, 장비를 업그레이드해나가는 개념으로 성장한다. 게임적으로는 사실 레벨업과 HP가 장땡이지만, 장르가 장르이다보니 이렇게 하는 쪽이 맞지 싶다. 애초에 스타일(클래스)을 처음에 1~3개 골라서 캐릭터를 RP적으로 완성시켜놓고 하는 펑크 장르이다보니, 이렇듯 하드보일드~의 느낌을 관철하는게 덜 판타지스러우니.


 샘플 시나리오는 역시 큰 특이점은 없이 블랙라군, 공각기동대 식의 게임. 클라이막스가 있는 게임에서 어디까지 변주를 할까가 궁금했는데.. 그냥 샘플시나리오로는 그런거 안하는 걸로. 애초에 게임으로서 기능하려면 판타지에 대한 타협점은 필요하고, 샘플에서는 언터쳐블은 아예 등장하지 않고 고만고만한 놈들끼리 투닥거리는 것으로 해결하고 있다.


 나이 먹으면서 슬슬 사이버펑크라는 장르에도 관심이 생기다가 장르 특강(?)을 받고 머리속에서 장르 개념이 정립되면서, 게임(TRPG)쪽에서 어떤 장르의 세션, 캠페인을 기획할 것인가에 대한 깨달음을 얻었는데.. 확실히 텔러로서 매력적인 장르와 게이머로서 매력적인 장르 간의 갭은 여전히 마스터를 갈아넣어서 해결해야되는 문제인 것 같다.




 




덧글

  • SY 2013/09/27 19:36 # 삭제 답글

    게임의 완성은 마스터이군요..
  • 샤이엔 2013/09/27 21:44 #

    이론상 그렇죠. 어디까지나 이론상으로만, 겁스가 원피스인것처럼.
  • 역설 2013/09/29 18:13 # 답글

    사이버 펑크라서 목숨이 파리목숨이 될 거 같은데도, 새비지월드에서 더 나아가서 대미지 누적 없이 RP 연출부분을 많이 마련해둔 걸 보면 역시 펑크라서 질긴 목숨...!

    이라고 생각하다가도 높은 숫자 카드가 등장하기 시작하면 그야말로 파리목숨인 걸 보니 참으로 펑크펑크하네요
  • 샤이엔 2013/09/30 00:59 #

    펑크펑크. 혹은 겉멋만 든 근미래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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