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장전기RPG, 카미가카리 [리뷰:게임책]


0. 무장전기RPG 카미가카리?
 2013년 8월 23일에 발매된 신작 TRPG입니다.
 저자는 리키죠씨로, 이전 작품으로 '세이크리드 드라군'(TRPG)이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현대'를 배경으로 '초상능력'을 가진 자들이 역시 초상의 괴물(혹은 사람)과 대립하고 재앙을 가져오는 이런 존재들을 사냥하는 것이 내용이 됩니다.


1. 배경설정
 현대 일본입니다.
 단, '영력靈力'과 '단편斷片'이라는 현실에 없는 설정을 기본으로 초상능력이 존재하는 점이 현실과 다릅니다.
 이 세계에는 고대의 유물과 같은 것의 '단편'이 사람의 몸에 깃들어 표지의 처자 허벅지에 보이는 것과 같은 '령문靈紋'으로 나타나고, 이런 령문을 가진 자는 영력이라고 하는 초능력, 마법과 같은 힘을 다룰 수 있게 됩니다. 고대의 영웅이니, 만화나 게임의 슈퍼히어로니, 마법사니, 초능력자니, 영능력자니 하는 자들이 바로 이런 영맥의 힘, 영력을 다루는 자들이라고 보면 됩니다.

 반면, 세계에서 예전부터 악마나 원령, 사신으로 불리던 존재들 또한 이런 단편의 거대한 조각을 가지고 강력한 영력을 휘두르는 특수한 초상존재들로서 이것을 이 게임에서는 '아라미타마荒御魂'라고 통칭합니다.
 이 존재들은 그 자체로 사악한 본성을 가지고 세계의 멸망을 바라며, 자체로 특수한 능력 곧 <영혼의 계약>을 가지고 있습니다.
 <영혼의 계약>은 이를테면 '악마와의 계약'(QB?)과 같은 개념인데 아라미타마는 사람이나 짐승과 접촉하여 그 영혼과 육체를 대가로 그 개체의 강한 바람을 이루어주는 것이 가능합니다.
 이렇게 아라미타마와 계약한 인간 혹은 짐승(을 모노노케라고 합니다)이 바로 이 게임에서 사건을 일으키는 존재가 되며, 기본적인 세션에서는 이런 계약자와 그 배후의 아라미타마에 의해 발생한 사건을 조사하여 처치하는 식으로 게임이 구성되게 됩니다.
 굉장히 활용하기 좋고, 스토리 만들기도 좋은 기믹이죠. 샘플시나리오1에서 등장하는 모노노케 이야기도 굉장히 전형적이지만 또 그만큼 좋은 스토리로 구성되어 있어서 좋았습니다.

 PC들은 영력을 다루고 아라미타마와 그 계약자를 사냥하는 존재로서 '카미가카리(신사냥꾼)'으로 기본적으로 마술,초능력과 같은 강력한 전투력을 갖추고 있는 것에 추가로 운명을 거스르는 힘(영맥조작=주사위조작(..))과 세계의 법칙을 거스르는 힘(영력결계=현실에 영향을 안주는 배틀필드펼치기)을 가진 강력한 존재들입니다.

 더군다나 아라미타미를 쓰러뜨리고 얻을 수 있는 단편의 결정은 그것을 정제하여 <어리석은자愚者의 황금>으로 바꾸거나, 그 강력함에 따라서 '소원을 이루거나'하는 것으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어리석은 자의 황금은 카미가카리 세계의 통용화폐로서, 고순도의 황금 막대의 모양을 하고 있습니다. 이 100g의 순금막대기가 카미가카리의 세계에서 1G(gold) 밖에 해당하지 않지만, 실제로는 순금막대기이므로 수십만엔(..)의 가치가 있기 때문에 카미가카리는 강력한 초능력에 더불어 생활에 전혀 불편함을 겪지 않은 금력(..)도 가지고 있는 거죠. 

  이런 식으로 '초상능력 배틀물'에 필요하지 않는 부분을 설정단계에서 잘라낸 부분과 같이 이 게임에서는 저자의 숙련된 게임 디자이너로서의 능력이 엿보이는 자잘한 설정들이 있습니다.
 세이크리드 드라군도 '게임의 구현'을 위해 필요 없는 걸 쳐내는 게임 디자인이 눈에 띄었는데, 오랜만에 낸 후기작에서는 기존의 과도한 쳐내기가 아니라, 세팅의 볼륨감을 확 올리면서 정말 필요 없는 부분만 잘 쳐내는 느낌이라 읽으면서 감탄하게 됩니다.


2. 다이스 컨트롤 시스템

 실제 이 시스템을 쓰는 게임은 저자의 전작인 세이크리드 드라군과 신작인 카미가카리밖에 없는 걸로 알고 있지만(..) 아무튼 그 시스템입니다.
 게임에서 이른바 'MP'에 해당하는 부분을 없애고, 이것을 판정 리롤 액션과 절묘하게 결합시켜 뽑아낸 용맥 다이스(영맥 다이스) 룰이 인상적인 시스템이죠.

 이 시스템은 기본적으로는 능력치 5개가 물리명중,물리회피,마법명중,마법회피,정보판정의 다섯 카테고리로 러프하게 대입되고, 2D6에 그 수치를 더한 것으로 판정하는 매우 심플한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여기에 PC의 특수능력, 마법에 해당하는 '탈렌트'를 MP가 없는 대신 '영맥(용맥)'이라는 특수한 주사위 풀을 소모하여 사용하게 하고 있죠.
 간단하게 요약하면, 세션 시작전에 각 플레이어가 자신의 '영맥 다이스'로 6면체 4개를 던져서 시트 앞에 깔아놓고, 게임 중에 2D6 판정을 할 때에 '영맥조작'을 선언해서 자유롭게 판정에 나온 다이스를 자신의 '영맥 다이스 풀'의 주사위와 교체해서 판정 성패를 플레이어가 능동적으로 조작할 수 있는 것이 기본이 됩니다. 
 여기에 PC의 '탈렌트'에는 코스트로 소모MP가 아니라, 주사위 눈이 적혀있어 이를테면 코스트가 5 5 인 탈렌트를 쓰려면, 자신의 '영맥 다이스 풀'에 주사위 5 가 2개 있어야 그 특수능력(마법등)을 쓸 수 있게 된다는 거죠. 이렇게 코스트로 소모된 영맥 주사위는 재굴림해서 원래의 풀에 돌아오고요.
 
 이 두 가지 심플한 개념이 조합되는 것으로 판정때마다 '조작하지 않아도 성공하지만' 탈렌트 코스트를 미리 맞춰놓기 위해 주사위를 교환한다거나, '조작해도 실패하지만' 탈렌트 코스트를 맞추기 위해 주사위를 교환한다는 걸 기본으로 전술적으로 플레이어가 고민하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이를테면, 주사위를 쓰지만 트럼프를 쓰는 것과 비슷한 느낌(트럼프를 쓰는 TRPG는 자신의 손에 숫자카드가 들려 있어서, 애초에 트럼프를 낼때 이게 성공인지 실패인지 어느정도 가늠할 수 있고, 카드를 쓰면 다시 뽑기 때문에 전략적으로 손패를 섞는게 특징인 판정 시스템입니다)도 나고 실제로 이걸 궁리하는게 꽤 재밌음+판정에 성공해야할 상황을 능동적으로 계획할 수 있음이라는 특징으로 영웅이 PC인 게임에 매우 잘 어울리는 룰이죠.

 전작인 세이크리드 드라군도 이 시스템이 핵심으로 굉장히 유저친화적이고 즐거운 게임환경을 제공했었습니다만, 그 때는 데이터의 볼륨이 너무 작았고 1레벨 캐릭터의 탈렌트가 너무 적은 문제+마법사가 탈렌트 외의 공격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문제가 겹쳐서 저레벨 플레이가 단순화되기 쉬운 결점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이른바, 마법사가 불화살 쏘는 기계/어콜라이트가 프로텍션 거는 기계가 되는 문제)

 반면, 신작인 카미가카리에서는 이 단점을 일소하여 캐릭터 메이킹 데이터를 보강하고 초기레벨부터의 PC의 탈렌트 갯수의 전폭 상승 및 마법계의 '기본공격마법'의 탑재도 되어 있습니다. 세이크리드 드라군을 해본 입장에선 읽으면서 이거 정말 제대로 고쳤구나 싶은 감상이네요.


3. 눈에 띄는 점들
 ① 전작에서 크리터(몬스터)를 쓰러뜨리거나 법칙장해를 해제해서 얻는 '소재' 아이템은 굉장히 활용하기 좋은 소재였음에도 불구하고 기본룰에서 그냥 매각하거나 단순히 능력치에 +를 주는 소비아이템으로만 활용되었습니다.(여담이지만 세이크리드 드라군도 이런부분이나 마을배경플레이를 지원하는 상급룰을 보면 나름 기본룰의 결점을 극복하려는 노력이 많이 보이는 게임이기도 합니다..)

 이걸 처음부터 개선해서, 카미가카리에서는 자신의 장비를 커스텀하는 규칙을 기본으로 도입하고 있습니다.
 즉, 각 무기와 방어구, 장신구 등마다 기본 형태가 되는 데이터가 존재하고(예:양손검) 거기에는 적을 쓰러뜨려서 얻을 수 있는 골드와 소재를 소모하여 추가 옵션을 다는 것을 기본으로 지원하고 그런 무기에 F게임의 '보구'처럼 이름을 짓는 룰도 지원하고 있습니다.
 데이터 볼륨은 아주 많지 않고, 아이템 강화가 '몬스터헌터'처럼 구성된것이 아니라 단순히 골드와 수치로 간략화되어 있긴 하지만, 이 자체로도 굉장히 재밌고 좋은 룰이라고 하겠습니다.

 ② 전작에서 캐릭터의 '초필살기'개념이었던 잠재능력이 개선되었습니다.
 단순히 세션에 한 번 선언으로 나가던 오의였던 잠재능력은, 이제 PC가 '감정'을 맺고 있는 캐릭터의 숫자에 따라 다른 효과를 발휘하게(대신 모든 캐릭터가 같은 잠재능력) 변경되었습니다.
 여기에 캐릭터의 령문 수치(잠재능력 전용 MP라고 보면 쉽습니다)를 소모하여 사용하게 함으로서 능동적으로 잠재능력의 효과를 상황에 맞게 취사 선택하여 여러 번 사용하는 것이 가능해졌고, 대신 령문수치가 -가 된채로 세션이 끝나면 그 캐릭터는 사신화(아라미타미화), 사망, 존재소멸(!), 기억상실 등의 이른바 '베드엔딩표'를 굴리게하여 연출과 RP를 보강하였습니다.
 이렇게 소모된 령문치는 또 전투에서 승리하거나 혹은 최후에 캐릭터가 '감정'을 맺고 있는 캐릭터의 숫자에 따라 회복되게 함으로서 '초필살기'의 '만화적인 연출'을 돕고 있고요.
 영웅PC의 게임에서 오의, 필살기의 존재는 분위기를 띄우는데 매우 좋은 규칙이고, 특히나 그것이 아예 '엔젤기어TRPG'식 MOE 시스템까지는 안가더라도, 적당히 타협하고 간략화하여 이렇게 규칙화한 부분은 괜찮게 느껴졌습니다.

 ③ 오픈 세션 세팅.
 전작 세이크리드 드라군 기본룰은, 간략화된 '던젼 크로울링'을 쉽게쉽게 하기 위해 세계 설정부터 아예 전부 그게 말이 되게 설명하기 위한 게임이었습니다. 그런 부분이 또 그 게임의 특징이다-라고 하면 할 말은 없겠지만, 반면 'TRPG' 룰북이 오직 이지선다 던젼 탐사만 할 수 있게 만들어져 있는게 잘하는 짓은 아니죠. 그래서 상급룰에서는 기존의 판타지 모험물을 하는 규칙이 추가되기도 했었고..

 아무튼 카미가카리에서는 전작과는 완전히 다르게, FEAR식 씬제에 기초한 세션 진행을 하고 있습니다.
 씬플레이어와 등장판정, 씬제를 기본으로 핸드아웃, 캐릭터의 세션 커넥션과 목표, 도입과 최종전투, 엔딩 페이즈의 구분이 있는 게임 말입니다.
 여기에 이런 씬제가 아예 레일로드로 씬1부터 씬17까지 이어가면서 할 게 아닌 이상 필요한 GM의 노하우적인 부분도 보강해주고 있습니다.
 즉, 엘류시온의 마스터 이벤트, 도쿄노바의 조건 달성 이벤트와 유사하게 핸드아웃과는 별개로 '시나리오용 정보'로서 정보 핸드아웃을 여럿 준비하고 도입 씬 및 각 PC의 씬에서 각각 개별적으로 설정된 정보 핸드아웃을 얻게 함으로서 플레이어들이 자신의 캐릭터'만' 알고 있는 이 정보를 이용해서 RP와 씬연출도 부스트를 받음을 물론, 다른 정보를 들고 있는 PC들과 적극적으로 만나는 씬을 연출하게 유도하는 것이 이 게임의 시나리오 구성의 기본이 됩니다.
 시노비가미에서 '비밀'이 자신이 판정을 하고 강제로 다른 플레이어에게서 '탈취'함으로서 그 순서에 따라 기상천외한 이야기를 전개해나갈 수 있었다면, 여기서는 '비밀'은 핸드아웃으로 각 플레이어가 들고 있기에 FEAR식 씬제에서 종종 문제가 되는 'PC들이 결집하는 씬'을 만들기 어렵다는 점을, 약간 시노비가미식으로 해결, 미들페이즈에서 GM이 기획하여 스토리를 살리면서 게임성도 확보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4. 마치며
 확실히 '다이스 컨트롤 시스템'은 MP없는 마법사 게임에서 종래의 메모라이즈(프리페어)나 파워 시스템과는 또 차별되면서도 재밌는 시스템이었고, 여기에 '현대 초상능력 헌터물'이라는 매우 매력적인 장르를 좋은 감각으로 잘 뽑아내서 무대로 깔아주는 것과 동시에, 문제가 되던 데이터의 볼륨 부분도 확실하게 보강한 좋은 게임이라는 총평입니다.

 좀 더 직설적으로 말하자면, 세이크리드 드라군에서 좋은 점만 쏙 빼와서 무난하게 FEAR식 씬제 게임으로 만드는데 레일로드 씬제가 아니라 도쿄노바식(시노비가미식) 씬제이며, 배경 세팅은 <공작왕+헬싱+베르세르크+타입문성배전쟁>을 버무려서 게임용으로 딱 뽑아낸 TRPG룰입니다.

 그러고보면 아예 저처럼 스페셜 떙스에 있는 사람들(코다치 우쿄=천하요란제작자,마크로스F노벨라이즈,진격의거인설정감수등, 모로호시 타카시=그룹SNE라이터)의 이름보고 아...하실 분도 계시겠네요.


++확실하게 호오가 갈릴만한 부분은 '전투 시스템'입니다. 사각형 격자맵을 사용하는 부분은 괜찮지만, 소드월드2.0의 난전 에어리어나 FEAR의 인게이지를 더 이상하게 바꾼 '근접상태' 시스템, 데미지 굴림에 랭크표(일원화된, 소드월드의 레이팅표)를 쓰는 점이 게임하면서 굉장히 독특한 느낌을 주고 특이하긴 한데, 굳이 다른 간단한 기존룰보다 나은 점은 못 느끼겠더군요.

덧글

  • SY 2013/09/30 16:16 # 삭제 답글

    "내 검의 이름은 작열의 봉검, 신살검(神殺劍)이기도 하지."

    라는 드립을 칠 수도 있겠군요(오글오글)
  • 샤이엔 2013/09/30 16:21 #

    좋은 드립이네요.
    (오글오글) <- 사실 요게 중요하죠. 이게 없거나(진짜중2병), 이걸 까거나(고2병)하면 이 게임 못하죠(..)
  • 마계범군 2013/09/30 21:17 # 삭제 답글

    아마존에서 봤을 때는 큰 기대를 안 했는데, 이렇게 리뷰를 보니까 또 흥미가 가는군요. 돈에 여유가 생기면 좀 알아봐야겠네요... 좋은 리뷰 잘 읽었습니다(__)
  • 샤이엔 2013/10/01 18:22 #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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