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랑 크레스트RPG 플레이 후기 [잡담:게임책]



 토요일에 드디어 그랑 크레스트RPG를 해보고 왔습니다.

 샘플 캐릭터로 샘플 시나리오를 플레이.. 
 
 뭔가, 캠페인 플레이라면 로드가 하고 싶다는 생각이었지만 단편 샘플 플레이다보니 적당히(?) 메이지를 골랐고, 하다보니 이게 좋은 선택이었다 싶더군요.


 룰 적으로는 키메라 룰(..)이라는 말이 그보다 잘 어울릴 수 없는 게임답게, 다른 유수의 일본 TRPG 시스템의 장점들이 잘 버무려져 있다는 평입니다. 

 우선, 기본 판정이 일목요연하게 잘 정리되어 있습니다. 능력치에 따라, 수정치가 계산되고 그 수정치 아래에 관련 스킬들이 정렬되어 있는 방식. 
 즉, 반사 판정치 계산 값이 +3이라면, 반사+3이라는 태그가 있고 그 아래 라이트웨폰, 운동, 은밀, 회피, 기승의 스킬이 적혀있는 식입니다.
 그리고 각 스킬 옆에는 스킬 레벨을 나타내는 O가 5개 그려져 있어, (기본적으로 모든 스킬은 2레벨을 가지고 있기에)  ●○라고 표시 되어 있죠.
 그래서, 게임에서는 스킬 레벨 숫자만큼 6면체를 굴리고 거기에 위에 써놓은 능력치 수정치를 더한 것이 판정값이 됩니다.
 위의 예시라면, 라이트웨폰 계열 무기로 공격한다면 2d6+3으로 공격하는 거고 혹시나 공격을 회피해야 한다면 2d6+3으로 하게 되는 거죠.

 그래서 결론적으로 기본 판정 시스템 감각은 아리안 로드와 흡사한 느낌으로 구사됩니다. 
 2d6+수정치가 기본인데, 수정치 보정도 있지만 주사위 보정도 받아서 3d,4d나 1d로 판정하기도 하게 되기도 하고, 데미지 굴림 역시 3d, 4d와 같이 주사위 자체도 보정되고 +5, +7 과 같이 수정치에 보정 주는 효과도 있고, 플레이 감각이 아리안 로드와 유사합니다.

 더군다나, 이 게임의 액션 포인트인 '천운' 점수의 기본 사용법이 1점을 소비하여 판정 주사위 숫자를 +1d하는 거다보니 더욱더 주사위 던지는 느낌이 아리안 로드와 비슷. (...)

 캐릭터의 특기와 기술 구현 부분도 큰 틀은 아리안 로드틱한 느낌입니다. 제 캐릭터를 예로 들면, 마법 습득 특기로 마법 판정 수정치에 +2가 되는 패시브도 있고, 간이마법의식 기술을 마법을 쓸 때 쓰면 마법 판정에 주사위가 +1d 되는 류의 액티브도 있고 하는 식으로요.

 다만, 세부 메이저 액티브 스킬의 구현은 아리안 로드와 크게 차이가 나는데, 일단 캐릭터가 가지는 메이저 액티브 스킬의 종류가 많습니다. 
 메이지가 특히 그런 점이 심하긴 한데, 여기 메이지는 아리안 로드의 어콜라이트,메이지,바드를 합쳐 놓은 양의 스킬을 혼자서 다 가지고 구사합니다. (...)
 1레벨 갓 만든 샘플 메이지 캐릭터의 액티브 스킬 갯수가, 필살기인 위업 특기 하나를 포함하면 11개에요. 심지어 그 내용도 광역 한 방기, 단독 한 방기, 단독 공격기, 아군 방어기, 본인 회피기, 엠피 회복기, 아군 보조기, 리롤기로 다 다릅니다. (...)
 아리안 로드라는 게임을 굉장히 높게 평가하고 좋아하지만, 반대로 그 게임은 캐스터의 스킬이 너무 단조롭고 재미 없다고 생각하고 있기에 이런 부분은 이 게임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점이었습니다. 
 이를테면, 아리안로드가 디엔디4, 그랑크레스트가 디엔디3.5 같은 느낌이랄까요? 뭐, 물론 어디까지나 일본 게임 기준으로 비유라는 거지만요. 

 이제는 거의 모든 일본 게임의 필수 요소인 라이프 패스, 곧 캐릭터의 출신이나 경력, 인간관계등을 세계관에 맞춰 준비된 표를 참고로 주사위 혹은 자유로이 결정하는 시스템도 잘 박혀 있고, 각각의 표의 볼륨은 보통이더라도 애초에 적어야하는 항목 수를 보강하여 개선한 느낌이었습니다.
 PC나 NPC와의 인간 관계를 적어놓고, 그걸 적극적으로 RP해서 게임적인 이득을 얻는 것도 이젠 거의 모든 일본 게임에서 쓰고 있는 개념인 것 같은데...
 여기서도 역시 관계를 맺은 인물에 대해 맹세를 서약해서 스스로 세션 목적을 설정하는 것으로 이 게임의 액션 포인트인 천운 포인트를 1점 얻도록 룰링 하고 있습니다. 같은 맹세를 가진 아군에게 자신의 천운 포인트를 전송할 수 있는 것도 특기할만한 사항.
 개인적으로는 게임의 액션포인트 시스템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아리안로드의 페이트가 갑이라는 생각이라, 이 게임의 구현 방식은 좀 구색 맞추기 같달까, 그렇게 게임에 녹아있다는 느낌은 받지 못했습니다. 
(차라리 엔젤기어 다자인이라던가, 아니면 카미가카리와 같은 방식이 취향이네요. 카드랭커와 그랑크레스트는 둘 다 골격은 같은 시스템이지만, 게임 장르와 시스템 둘 다 그렇게 이 룰이 어울린다는 느낌은 들지 않습니다.)

 그 외에 역시 이 게임에서 가장 특징적인 점이라고 할만한 것이 로드-메이지-아티스트(무장들)로 구성된 파티가 적극적으로 삼국지(?)하는, 대규모 전쟁을 1레벨부터 지원하는 게임이라는 것일 텐데요..
 이 부분은 뭐 딱 일본 게임에 기대한 만큼이라는 평입니다.
 한 마디로 말씀드리면, 대규모 전쟁일 때랑 그냥 전투일 때랑 룰이 똑같습니다. 맵도 똑같고, 캐릭터 말도 똑같고, 기술도 똑같고.
 즉, PC의 병력이 일종의 장착형 마법아이템으로 기능하는 시스템입니다. 처음 이런 식의 구현을 천하요란, 엔젤기어의 머신 시스템에서 봤을 때는 아이디어에 감탄도 했습니다만.. 
 곧, Lv1 민병대를 모집해서 휘하에 두고 있다면, 그걸 캐릭터가 지휘하는 것으로 대규모전투(매스컴뱃)에서 PC는 Lv1민병대가 주는 스탯 보정치와 민병대 전용 스킬을 가진 캐릭터 말로 격자맵에 표시되게 됩니다.
 기본적으로 대규모전투맵에서 부대를 운용하지 않는 단독캐릭터는 모든 판정 주사위가 하나씩 줄어들고, 대미지 판정에도 -20/+20의 보정을 받게 되는 것으로 이 게임에서의 '개인 vs 병력' 개념이 정립되며, 부대는 병종에 따른 사기치를 가지고 있어 부대 전용 스킬을 사용하거나 공격을 받으면 줄어들고, 반대로 적 부대를 격파하면 늘어나, 사기치가 0이 되면 부대를 PC의 HP에 관계 없이 해산되게 됩니다. 이 개념까지가 굉장히 마음에 드는 부분.

 하지만 부대가 주는 능력치 보정치가 그렇게 높은 편은 아니고(1레벨 민병이 주는 HP보정이 +10인데, 1레벨 마법사의 HP는 30이라 1레벨 민병대를 운용하는 마법사는 HP40의 전투유닛으로 맵을 오다니게 됩니다), PC의 스킬 중 대규모 전투에서 쓸 수 있는 기술(상당수가 다 쓸 수 있습니다)은 일반 전투에서와 같은 사거리와 범위를 가지기에, 실제 대규모 전쟁 구현에는 GM의 세심한 배려가 필요합니다.

 뭔 말인가하면, 1레벨 메이지의 파이어볼이 20~50점의 데미지를 스퀘어 맵에 사거리 6칸, 십자형으로 5칸의 범위로 대미지를 주는데...
 대규모 전쟁 맵에서도 똑같이 20~50점 대미지를 사거리 6칸 십자형 5칸 범위 대미지를 줍니다.  (.............)

 이게 어떤 의미냐하면, 실제 플레이에서 적의 군주가 철퇴 휘두르기라는 광역기 기술을 가지고 있는데 그게 대규모 전투에서 쓸 수 있는 기술이라서, 적군주의 철퇴휘두르기 스킬 한 방에 아군 4개 '부대'가 다 얻어맞고 그 중 3 부대가 궤멸하는 상황이 나왔습니다.
 (.................)

 즉, 한 마디로 PC게임 삼국지에서도 11탄과 유사한 느낌의 전쟁이 지원되는 점은 훌륭하나 문제는 부대를 꾸미지 않고 장수 혼자 있을 때에도 같은 스킬을 쓴다는 간극으로부터, 한 방에 플레이어의 몰입이 우주로 날아가는 상황이 나오기 쉽습니다.

 즉 GM이 이걸 삼국지11로 묘사하느냐 로얄블러드2의 마왕군 4대 수괴로 묘사해야하느냐 상황 맞춰서 스케일 묘사에 신경 쓰는 것도 중요하고, 특히 일반 전투와 대규모 전쟁의 맵 디자인을 샘플 시나리오처럼 병...아니아니 지형 하나 없이 완전히 똑같고 좁은 구역에 몰아 넣는 짓은 금기로하고 두 전투의 차이가 드러나게 신경 써줘야 하는 것이 필수라 하겠습니다.

 그 외에도 아직 국가를 세우지 못해 길드 서포트..가 아니라 아카데미 서포트와 국가 시트가 없음에도 각 개인이 PC 운용을 위해 필수로 4장(.....)의 시트를 빼곡히 채워서 운용해야하는 점도 1레벨부터 전쟁 스케일이 되는 게임이면서 PC가 다양한 능력을 시작부터 가지게 하는 게임이 되기 위해 희생된 부분이라 하겠습니다. (...)



 아무튼 그렇습니다. 디엔디만 한참 할 때, 대규모 전쟁을 TR에서 어떻게 구현하느냐가 굉장히 어렵고 재밌는 주제였는데.. 
 개인적으로는 '로봇 탑승'을 룰적으로 '로봇을 장착하는 마법 아이템 카테고리로 바꿔서 수치 구현하면 그냥 끝나잖아? 로봇이랑 특능 붙은 마법 갑옷이랑 TR룰적으로 다른게 뭔데?'라고 처리하는 발상에 크게 감탄했고, 그 발상을 그대로 대규모 전쟁에 도입하여 해결하는 것 역시 괜찮다고 봅니다.
 그랑 크레스트가 그 아이디어로 구현한 게임은 딱 삼국지11 전투(혹은 로얄블러드2?)를 TR로 하기 좋더라고요.

 다만, 모든 TR, 특히 일본 TR이 그러하듯이 룰의 비약과 함축이 심한 부분을 GM이 적절히 묘사하고 매꿔주는 것이 게임의 정합성을 유지하는데 특히 중요한 것 같네요.





 



덧글

  • SY 2014/04/20 19:18 # 삭제 답글

    적군주의 철퇴휘두르기 스킬 한 방에 아군 4개 '부대'가 다 얻어맞고 그 중 3 부대가 궤멸하는 상황이 나왔습니다.
    라는 부분에서 격뿜
  • 샤이엔 2014/04/20 23:14 #

    이럴 때 하는 말이 있죠. 오-다빙~! 혹은 과연 천무지...아니 환룡밸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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